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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들

晝耕夜讀

by 왕짱구 2021. 6. 26.

낮에는 밭을 갈고 밤에는 책을 읽는다.
나는 읽는 모습을 좋아한다. 읽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녀들의 로딩 중! 파워 업! 레벌 업!을 실시간으로 목격하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아주 추상적이며 나만의 감상이라는 것을 안다. 게다가 내가 보는 모습이 실제로 우주의 5차원속에 안정감 있는 램수면 상태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아챘기 때문이다.

읽는 모습만큼이나 (곯아떨어진) 자고 있는 모습을 좋아한다. 그녀들의 졸음과 초췌한 행색을 포착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하품을 하면 가장 그렁그렁한 눈을 볼 수 있다. 그다음 와우레 넌 정말 울보구나! 하면 세상에서 제일 크게 웃을 수 있다. 이것은 읽는 모습과 다르게 객관적인 포착이 가능하다.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객관성. 보는 모습과 실제가 일치하기 때문에 포착이 용이하고 그 객관적인 작품은 잊혀질 때쯤 꺼내볼 수 있는 명작 영화가 된다. 마스터피스 오, 다시 보니 방도 더러운걸..? 지나친 것도 다시 보게 된다.

어느 날 완벽하게도 사랑하는 두 가지를 동시에 만난 적이 있다. 우리는 낮에 돈을 벌고 밤에 책을 읽었기 때문에 매우 피곤했다. 하지만 불을 끄고 자면 될 일이다. 다음 날 독서모임이 있지도 않았다. 고단한 처지에도 힘써 벼슬을 하려 한 그녀는 죽은듯이 책을 독파해나갔다. 게다가 꽤 긴 시간이 지나도록 박찬호가 말 한마디를 하지 않았다. 등을 돌리고 움직이지도 않았다. 열두시가 지나고 새벽 한시가 다 되어갔다.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은 그녀가 자고 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이기 때문에 나는 합리적인 의심을 품었다. 평소 그녀는 죽은 듯이 잔다. 아침에 깨는 것이 아니라 알람에 의해 발견된다. 그저 놓아둔 대로 놓여있는 그녀. 요지부동의,,,, 모스부호가 내 의문에 답을 보냈다.

"뚜루렁,,,, 뚜,,, 뚜,,,,루,,,,렁"

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 앞에서 보니 책을 보는 그녀의 눈은 완벽하게 감겨있다. 여러 각도에서 적극적으로 찍었다. 모스부호는 안정적이다. 그래서 불을 껐다 켰다 껐다 켰다 껐다 다다닫ㄱ 껐다 켰다 껐다 켰다 껐다 켰다 껐다 켰다 껐다 켰다 껐다 켰다 껐다 켰다를 반복했다. 현란한 조명에도 모스부호는 교장선생님처럼 말이 길었다. 베스트 컷을 추려 즐겨찾기를 해두었다. 늘 꺼내 볼 수 있는 나만의 손거울. 주경야독은 다음 날 아침까지 이어졌다.

나는 그저 과속 단속 카메라. 순간포착의 달인이다. 애정어린 과태료 청구서를 뽐낼 시간이다. 몇 번의 계절이 그들을 능숙한 운전자로 만들었다. 쇠를 담금질하듯 너도 나도 열심히. 땀을 뻘뻘 흘리며 신속하고 정직하게. 이제 그들은 단속하는 시늉에는 아랑곳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어느 길목에 진짜 카메라가 있는지 아주 빠삭하게 알고 있다. 췟

고요한 밤이 되면 우리는 가고 싶은 길로 걸어가면 된다. 회사생활과는 반대로 미친듯이 빨리 해치워도 무기한 연장을 때려도 아무도 찾아 오지 않는 시간. 마감이 없는 시간이다. 그렇기 때문에 때론 책도 가고 싶은 길로 걸어가려 하나보다. 침대에서 뛰어 내린다... 알라딘에서 유독 깊게 패이고 닳은 모서리를 보면 꼭 한 번 떠올려본다. 오 너도 많이 떨어졌구나. D+893. 당신의 침대 곁에는 어떤 디데이가 설정되어 있나요?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저를 친구들이 있는 책장으로 옮겨주시겠어요? 아니면 여길 탈출하겠어요. 귓등행의 말로는 무서운 보복이다. 책은 당신의 팔을 꼬집을 것이다.

아무튼 모두가 각자의 길을 걸어가는 와중에 주경야독을 택한 박찬호에게 고맙다. 책을 많이 읽어야한다고 타투처럼 새겨 실천하니까. 이후 단속 카메라는 우리가 이층 침대를 쓰면서 제 기능을 다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런 나의 아쉬움을 비웃기라도 하듯, 물리적 시간적 한계를 넘어 (맞아 그것은 중요하지 않아 심지어 같은 방일 필요도 없었다) 단속에 협조해준 자비자비에게도 고맙다. 게다가 늘 최고의 리액션을 보여주었다. 짜릿

요즘 나의 카메라는 엄마를 향한다. 하지만 엄마는 박찬호처럼 주경야독파가 아니다. 거북이도 아니고 대학원생도 아니다. 그래서 한가하다. 아 언제 다시 만나게 될까 밤새 책을 펼치던 손구락. 방을 구하러 다니던 때가 생각난다. 사람은 셋 , 방은 크게, 책상 세 개, 돈은 없어요. 이게 중개인에게 할 소리인가. 관악보살도 실패할 퀘스트. 하지만 메종은 현란하게 다리를 꼬고 서있는 (ㅋㅋㅋㅋㅋ서있었다 그 점이 바로 그가 신적인 존재라는 증거이다.) 도깨비신이다. 익스트림 퀘스트와 성취의 향연으로 늘 두근거리던 좋은 시절.

별명은 매일 부르고 싶은 대로 부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