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같은 글10 김영하, <작별인사>를 읽고 파란 하늘 너머에는 검고 광막한 우주가 있겠구나. 중국인들은 낮의 하늘이 아니라 밤의 하늘이 본질에 가깝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 낮의 하늘은 자꾸만 변하기 때문에 믿을 수가 없었던 거야. 밤은 늘 검었지. 그리고 중국인들이 옳았어. 검고 어두운 하늘이 진실에 가깝지. 낮에는 태양의 강렬한 빛 때문에 오히려 우주의 본모습이 가려진 거고. 지금도 우주 관측은 깊은 산속의 천문대에서 밤에 하잖니. 우주는 생명을 만들었고 생명은 의식을 창조했고 의식은 영속한다. 그 말을 믿고 싶어지는 순간이다. 멀리 하늘이 오렌지빛으로 물든다. 검고 어두운 기운이 하늘 한가운데에서부터 점점 넓게 번져가며 거칠고 누른 땅을 덮기 시작한다. 그런데 내가 정말로 그것을 보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보고 있다고 믿고 있는 것인지는, 잘 .. 2021. 6. 23.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