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끌어올리기

용서란 무엇인가

by 왕짱구 2022. 3. 9.
용서, 그것은 쉽지 않다. 쉽다면 논의할 필요도 없다. 그것은 가장 어려운 것이다.
-토니 커시너

 
 
분노와 갈등을 용서하는 것인가? 
사과하면 용서하는 것인가? 
사과하면 나도 용서가 되는 것인가?
용서할 문제가 아니라고? 

토니 커시너의 말은 용서에 대한 중요한 속성인 "그래, 너를 용서한다" 한 마디가 용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용서는 매우 높은 경지다. 다 지난 일이고 이제는 용서합니다라는 말은 이제보니 이게 무슨 말인지 몰라도 되고 그냥 지나가자 정도의 체념으로 들리기도 한다. 나는 이제 용서를 해냈어!라고 표현할 것이다. 일반적인 표현에 대해 꼬투리를 잡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용서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용서를 남발해온 나를 위해 또 앞으로 맞이할 대용서의 시대에 발맞추어 용서의 원칙을 세우고 결국엔 해내야하는 숙제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징벌적 정의감의 시대에 살고 있다. 손해를 배상에서 일정 부분을 훨씬 넘는 금액을 가중하듯이 정의감을 부과하는 듯하다. 그러나 법적 절차나 근거 없이 상당성을 넘어선 것들이 정의라는 이름 아래 용인되고 있다. 한 개인에게 감당할 수 없는 비난과 질타가 쏟아질 때 본질이 흐려지기 쉽고 편이 갈린다. 세대 간, 성별 간 사회적으로 고질적인 문제들이 있다. 그런 이슈에서 자극적이고 지저분한 냄새가 날수록 분노와 증오라는 파리가 꼬인다. 모든 갈등을 봉합하고 다음 단계로 이끄는 사람은 바로 용서하는 자일 것이다.
첫번째 용서의 원칙은 용서를 구하는 사람이다. 이 점을 인지하는 것이 용서의 첫 걸음이라 생각한다. 용서할 필요한 문제인지 진단해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친했던 친구가 갑자기 연락을 끊어버렸다. 미니홈피도 번호도 모두 증발해버린 그녀를 걱정도 되었지만 금세 그 걱정은 분노로 바뀌었다. 역시 최고의 복수는 손절하고 자기만 잘 사는 것이구나 생각할만큼. 그런 이유로 친구를 미워하지 말고 용서하세요라고 말해선 안된다. 그저 잘살기. 오늘을 잘 살아나가기. 친구를 용서할 필요도 없으니 이해하려고 애쓰지 말고 대신 잊어버리라는 것이었다. 나를 괴롭힌 수많은 모욕을 용서하지 않아도 잘 살게 되었다. 그저 지나치면 그만.
그렇기 때문에 용서가 필요없는 것과 반드시 해내야 할 것 사이에서 기준을 세우고 그 자질을 갖추어야 한다. 원칙이 있는 용서의 시작은 박구용 교수의 칼럼에서 찾을 수 있다. (아래에 출처) 살면서 약속은 반드시 깨지는 순간이 온다. 그러니 약속 안에는 그것이 깨진 뒤에 받게 될 상처를 감수하겠다는 다짐이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계약이 깨질 때 생기는 상처와 부작용을 공정하게 나누겠다는 것 역시 있어야 하겠다. 이러한 전제는 박탈감을 설명하기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지구 상에는 애초에 백 퍼센트 순결한 집단과 배타적인 우월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덤탱이 씌우지 마 어디까지나 너네 문제야 하고 선을 그어 버릴 수 없다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충돌이 생길 수밖에 없고 해결하기 위한 용서를 해야 하는 것이지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용서가 아니다. 
또한 스톤 헤드 앤 숄더 칼리지 팔절마분지학과장 김서영 교수의 <손절은 계속된다 영원히>에서 찾을 수 있다. 흔히 겪는 손절에 대해서 설명하며 역시 우리가 논의해야 할 손절 해도 문자보내서물어봐야할지두 개념을 소개한다. 이는 관계를 마무리 짓는 것이 영원한 단절이 아니며 다름을 수용하고 스스로 관계를 정리하게 되면서 분노도 증오도 남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한다. 손절의 재평가로 우리 사회에 필요한 용서의 원칙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즉, 자신의 방식으로 때린 손절 속에 용서의 자발성이라는 원칙을 도출할 수 있다. 화해하고 지나간 일에도 다시금 불뚝불뚝 화가 난다는 남자 친구가 있나? 그렇다면 자발성의 원칙을 점검해보자. 어색한 불편감을 해소하는 것과 너를 용서하는 마음 사이에서 누가 더 빨리 달렸는지. 



박구용 순수의 시대, 증오의 노예들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112130300045/?utm_campaign=list_click&utm_source=reporter_article&utm_medium=referral&utm_content=%EB%B0%95%EA%B5%AC%EC%9A%A9_%EA%B8%B0%EC%9E%90%ED%8E%98%EC%9D%B4%EC%A7%80

'끌어올리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성격이 증상이다 증상  (3) 2022.05.23
인정을 둘러싼 갈등 (타자 속에서 자신을 인식한다)  (0) 2022.04.25
팽팽팽균대  (0) 2021.08.03
  (0) 2021.05.31
숙명  (0) 2021.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