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1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우리가 그곳에서 배우게 되는 것이 오직 삶의 불행한 이면이라면, 왜 떠난 순례자들은 돌아오지 않을까? 우리가 왜 서로 사랑에 빠지지 않는지를 생각해본 적 있어? 순례자들은 누구를 사랑했을까. 나는 항상 기분이 들떴다. 엉성한 모양이 하나의 완벽한 도형이 되듯이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된 내가 좋았다. 동굴이 깊을수록 날이 어두울수록 서둘러 걸으면 발걸음도 가벼워진다는 듯이. 그러나 마음먹는 일은 점점 부담스러웠다. 드넓은 바다처럼 시원한 그늘이 있는 나무도 되어보고 가끔은 새빨간 해 질 녘 노을처럼 사랑받고 싶었을까. 그러다가 마음이 지치면 포기하고 만다. 오 이건 제가 찾아 헤맨 도형이 아니네요. 죄송합니다 지나가겠습니다. 하나의 도형이 된다는 건 나를 잃는다는 건데 뭔지도 모르면서. 엉성한 생김새를 채워.. 2021. 12. 25.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