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끌어올리기

도둑 맞은 인지치료

by 왕짱구 2022. 8. 14.

사건을 경험하면 생각을 하고 감정이 일어나 행동을 한다. 그 내밀하고 개인적인 반응을 이용하여 정신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인지치료이다. 고놈에 알 수 없는 머리통 속에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를 집요하게 따라가는 치료법이라고 한다. 가령 직장에서 짜증 나는 상사가 있다면 A는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으며 바락바락 싸우면서도 회사를 다닐 것이고,  B는 고요한 호수 같은 표정으로 회오리바람 같은 손절을 준비하며 하루아침에 회사를 그만 둘지도 모른다. 물론 쯧쯧 너도 참 찐따야 힘내라 정도의 냉소를 꿈 찾아 떠나렵니다라는 아름다운 말로 안심시키는 것도 잊지 않아야 한다. 이렇게 뜨거운 인지과정이 가고 남은 것은 행동뿐이지만 거슬러 올라가 감정의 원인을 찾는다.  
나는 자주 '화'르르 불길에 휩싸인다. 슬픈 영화를 보러 들어갈 때 손수건을 챙겨 가듯이 남들보다 쉽게 예민해질 수 있다는 것을 대비하여 두 주먹에 <생각할 시간>을 꼭 쥐고 살아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방비로 얻어맞은 혹은 자초한 열받는 일 앞에서는 놓치지 않으려고 힘을 줘 꽉 쥘수록 빠져나가는 모래알 같아 괴로웠다. 예를 들면, 기다리던 친구의 청첩장이 도착하지 않았다. 준비 과정에서 의욕도 없고 모든 게 귀찮았다는 친구의 말을 들었을 때 몇 가지 짐작해 보자면 나를 무시하는구나 또는 역시 일이 바쁘구나 또는 결혼 준비는 힘들지 등이 있다. 자신이 속한 집단에서 소속감이나 기여도 등에 불만이 많다면 높은 확률로 이것은 명백한 무시다로 귀결된다. 마감을 앞두고 바쁜 사람, 신경 쓸 것이 많은 결혼 준비에 대한 부담감을 공감하는 사람과 달리 나는 왜 여전히 이런 생각에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도달할 수밖에 없었을까. 그런 20대를 보냈다. 그러니까 원인을 인식하고 있는 지금도, 아무것도 모르던 과거에도 내가 하는 일에 대한 끝없는 의심과 불만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인 것은 변함이 없었다. 게다가 아마 사람들 대부분이 그런 류의 불안이나 갈등을 평생 갖고 살 텐데 급발진의 유구한 역사에 긍정적인 생각의 쉼표를 찍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을 바꿔야했다. 유튜브나 자기 계발서에서 긍정 명상이나 확언에 관해 나도 여러 번 봤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구구단 외울 때처럼 기계적이고 수동적으로 접근해서인지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그래서 가장 공감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유튜브를 탈탈 털었다. 윤홍균 작가님이 소개한 방법 중에 하나를 하고 있다.복근을 기르기 위해 매일 플랭크를 한다고 해보자. 처음 하는 사람이 바로 5분씩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하루에 1분씩 5세트를 하라고 한다. 하지만 그 조차도 처음에는 매일 10초에서 1분으로 늘려가라는 것처럼 긍정적인 생각을 갖기 위해 사고의 나노 단위의 플랭크 연습이 필요하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린다. 그리고 **이가 나에게 울어도 돼 힘들어도 돼 기대도 돼 잘 못해도 돼 포기해도 돼 보기 좋게 안 꾸며도 돼 Just be yourself 있는 그대로 네 모습 그대로... 듣고 싶은 말을 하는 상상을 해보자. 행복한 상상의 플랭크로 우리 긍정적 생각 회로에 근력이 생기는 것이다. 당연히 전두엽이 태클을 걸어오겠지만 우리 생체 반응이 쿨하게 퉁쳐준다는 것은 신이 주신 선물 아닐까.  
역겹지만... 바퀴벌레 안전지대가 있을까. 적어도 우리 집엔 그 볼드모트가 방문하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사는 게 편히 잠드는 길이다. 늘 언제 튀어나올지 모를 바퀴벌레를 걱정하며 홈키파를 머리맡에 두고 잠 못 드는 삶. 내 숙면을 방해하는 고질적인 문제가 완전히 해소되기까지 죽상으로 살기란 피곤하고 괴로운 일이다. 무엇보다 가까운 사람을 다치게 하고 스스로를 푸석푸석하게 하는 일이다. 생각을 치우고 버려서 비우고 앞으로는 새로운 감정을 느끼려고 한다. 푸르댕댕하던 하늘이 해 질 녘에는 붉게 물드는 것처럼 시간에 감정을 맡겨 보려고 한다. 데헿 화난 시간이 지나서요. 여기서 가장 중요한 데헿. 나의 사고 과정 중 하나가 데헿만 거쳐도 가벼워진 감정으로 상황을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을 현대 의학이 대조명하는 인지치료를 근거로 내가 성격파탄자가 아님을 밝히는 바이다. 아닌가요?

 

https://www.youtube.com/watch?v=SbIw-fcdGQ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