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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같은 글

화성으로 가주세요.

by 왕짱구 2022. 9. 6.

다음은 김정선 님의 『열 문장 쓰는 법』 중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글쓰기를 해본 것이다.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 글을 써보면 한계가 느껴지면서도 끝도 없이 늘어나는 글이 되는데 그 과정에서 모순적이지만 나를 더 발견하게 된다.

마리오네트가 관절염을 앓고 있다면 이런 상태일까? 누군가 마구 밀치고 들어 올려 눈을 뜨자마자 나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게 되는 기분. 신경질적인 주인이 팔다리를 감고 흔드는 기분이다. 다행히 아가미로 뻐끔거리기나 하는 생선이 아니라서 들이마신 공기로 금세 이성에 눈을 떠 정신이 차려졌다. 그다음엔 회한 섞인 한숨을 내뱉으면 된다.
어제 그녀와 술을 마셨다. 기분이 좋아질 정도가 되면 분명히 그녀는 주변을 걸어 다니자고 할 테니 미리 편한 신발을 신고 나갔다. 그런데 그녀는 자주 다른 테이블 사람들을 보거나 벽에 붙은 메뉴를 살펴보았다. 혹시 더 먹고 싶은 메뉴가 있는지 물어보았다. 흩어지고 있는 그녀의 시선을 감지하고 있다는 나의 경고에도 좀처럼 그녀는 고쳐 앉지 않았다. 내가 지루한 사람이라 느껴져서 요즘 회사 사람들과 사적인 이야기를 나누지 않으며 친구를 만나도 좀처럼 재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녀는 누구나 그런 시기가 있으며 그냥 스스로를 내버려 두라고 했다. 그녀는 재미없는 나를 그냥 내버려 둘 사람이 아닌데. 예전에는 지친 나를 위해 좋아하는 노래를 들려주며 춤을 춰 준 적도 있다.
봐봐 나를 봐 들어봐 내 말 들어봐 우리 방법을 찾자~. 흔들거리는 버스 안에서도 중심을 잘 잡으며 팔을 흔들던 그녀.
그때부터 그것이 우리 둘 사이에 대단한 비밀이라 생각했는데.
헤어지기 아쉬워 말꼬리를 억지로 이어 붙인 다음 라운드에서도 대결이 계속되었다. 2018년의 그녀와 2019년의 그녀에게 희망을 걸었지만 그녀는 집에 두고 온 모양이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할수록 그런 건 왜 물어보는 거야?라는 그녀의 눈빛에 얻어맞아야 했다. 그녀는 입맛도 없었는지 바삭한 튀김이 눅눅해질 때까지 손도 대지 않아 튀김은 민망하게 식어갔고 뱃속에서는 감자가 불어나는지 거의 한 접시를 혼자 전부 털어 넣어서 인지 거북함을 이기지 못하고 모든 게 뒤엉켜 역류하고 말았다.

도착~ 여기가 우리 집이야.
그래. 문도 없네. 이 골목에서 자면 죽어.
우리 집에서는 별이 소금같이 보인다구. 사람들 화성 그 뭐냐 스페이스 엑스 우주여행 간다며 왕소금 보려구???????~~~~~.

다음은 떠오르지 않았다. 아마 어제 그녀가 어두운 골목에서 외계인이라도 만났다면 나와 소금을 대번에 바꿨을 것이다. 이새끼 드릴게요 소금이랑 바꿔요. 소금 한 알? 그래도 한 꼬집은 쳐주었을까. 그때 마침 나의 깊은 한숨이 토 냄새와 함께 그녀를 깨운 것 같았다. 짜증 난 목소리로 그녀가 내 어깨를 흔들었다.
정신 못 차려도 택시 태우려는데 왜 자꾸 집이 화성이라고 해? 너 수원 살잖아. 일론 머스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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