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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같은 글

이원영의 <펭귄의 여름>을 읽고

by 왕짱구 2021. 7. 30.
번뜩이는 아이디어로는 알 수 없는 것. 어떤 연구는 이렇게 긴 호흡이 필요하다. 192p

반복되는 삶 속에서 참고 기다렸을 때에야 비로소 찾을 수 있는 의미도 있다. 212p


놀랍지만 책을 읽으면서 나는 펭귄이 되었다. 펭귄에 빙의하다니 좀처럼 관찰하는 시선을 따라가는 것이 쉽지 않구나 생각했지만 오히려 굉장히 일상적인 모습들이라 갑자기 내가 펭귄이 된 것이다!!!!!! 갑분펭을 뒤로하고,,, 펭귄의 삶도 별반 다르지 않구나 생각했다. 우리의 모습을 마주할 때 펭귄을 더 사랑하게 되겠지. 집 없는 서러움을 알기에 지구의 온난화가 더 걱정되었다.
“궁금하셈? 알고싶음?” 게슴츠레 눈을 치켜뜨게 된다. 무브를 듣고 있지도 않았는데.
언젠가 생각을 읽는 기계로 뒤뚱거리는 펭귄의 치명적인 생각을 알게 될 지도 모른다. 역시 내가 맞았군 고개를 끄덕이는 날이 어서 오면 좋겠다.

나는 누군가의 질문에 환상을 갖고 있는데 애정과 신뢰, 책임감같은 것을 기대한다.
‘이렇게 멋진 질문을 하다니!’ (성지순례가 되길!)
더불어 관찰일지에 대한 아름다운 환상을 추가하게 되었다. 단연 관찰일지의 묘미는 관찰자의 꾸준한 애정과 인내를 느끼는 것이고(요즘 내게 부족한)
관찰자의 풍부하고 현실감 있는 (나는 방구석 지어내기의 달인이 되어간다) 논평을 맛보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펭귄뿐만아니라 이원영이라는 사람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 엄마에 대해 쓰면서 나를 더 알 수 있듯이.

엄마 관찰일지를 쓰기 시작했다. 엄마에게 보여줄지는 아직 모르지만. 그 기원에는 펭귄이 있다… 후후
분명한 것은 전보다 많이 엄마를 바라본다는 것이다. 아이같은 구석도 있어 (내가 애새끼라서 그렇게 해석하는 것이 아니길 바랄뿐,,,)
아직도 초등학생처럼 나를 챙겨준다는 점이 가장 행복했다. 엄마가 늘 에너지 넘치게 나를 챙겨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게 엄마의 삶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도 언젠가 물어보고싶다. 아니야 이해하기 위한 시간도 소중하니까 물어보지 말아야겠다.

수시로 얼굴을 바꾸는 하늘만큼이나 알 수 없다해도 꾸준히 나를 들여다보고 관찰일지를 쓰자 다짐했다. 42809340번째 나의 다짐. 나 자신, 긴 호흡이 필요하다.
어느 날에 펭귄 날개에 뺨을 맞는다해도 끈기를 가지자. 펭귄의 여름이나 관찰할 것이지 투머치 나르시즘에 빠졌다. 일터에 가는 나, 새끼를 돌보는 나, 사랑에 빠지는 나, 포식자의 공격에 허둥대는 나. 뭘 읽든 내 걱정뿐이구나. 여유를 가지고 있는 그대로 바라봐야할텐데. 내 주변에는 내가 너무 많다.

마지막으로 몇 가지 조건 아래 펭귄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이 생겼다. 배우자의 조건에 대한 질문인데, 그 많은 펭귄들 사이에서 사랑과 유리한 생존 그 사이의 모호한 것에 대해 묻고싶다. 무조건 번식과 생존이 일순위라 생각했던지라 인상깊었다.
- 수컷을 사랑한 수컷 펭귄일 것.
- 5년 이내. (고리짝 조언 금지)
- 한자성어 중국고사 인용 금지. (부쩍 시달림,,,알러지 있음)

그럼 이만 잘 지내~~!!!!


젠투펭귄의 경계심



인간의 경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