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62

당신이 나무를 더 사랑하는 까닭 나는 문득 당신이 진정 사랑하는 것이 소나무가 아니라 소나무 같은'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젠가 붓글씨로 써 드렸던 글귀를 엽서 끝에 적습니다. "처음으로 쇠가 만들어졌을 때 세상의 모든 나무들이 두려움에 떨었다. 그러나 어느 생각 깊은 나무가 말했다. 두려워할 것 없다. 우리들이 자루가 되어 주지 않는 한 쇠는 결코 우리를 해칠 수 없는 법이다." #신영복 2021. 2. 6.
마음이 들뜬다 아버지는 한동안 말이 없이 씨익씨익, 하고 페달만 밟으셨다. 나는 얼씨구, 내 말이 먹혀드는구나 싶어 주마가편 격으로 말을 쏟아 냈다. "실은 제 정신 수준은 보통 사람의 서른 살에 도달했다고 판단한지 어언 2개월이 넘었습니다. 어쩌면 대학도 갈 필요가 없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비싼 학비를 안 대주셔도 되니 이 얼마나 좋은 일이겠습니까?" 아버지는 자전거를 세우고 거의 표준말에 가까운 억양과 어휘로 말했다. "고맙다. 내 걱정까지 해 주다니. 그렇지만 조금 더 생각을 해 보아라. 시간을 줄 테니." 그러고는 달빛 비치는 서산을 넘어 불어오는 바람 속에 자전거를 세워 두고는 신작로 아래 냇가로 내려갔다. 나는 아버지가 오줌을 누러 가시나 보다, 생각하고는 자전거 위에 앉은 채로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아버.. 2021. 1. 19.
그러나 그뿐, 나는 홀연히 옥희도 씨가 바로 저 나목이었음을 안다. 그가 불우했던 시절, 온 민족이 암담했던 시절, 그 시절을 그는 바로 저 김장철의 나목처럼 살았음을 나는 알고 있다. 나는 또한 내가 그 나목 곁을 잠깐 스쳐간 여인이었을 뿐임을, 부질없이 피곤한 심신을 달래 녹음을 기대하며 그 옆을 서성댄 철없는 여인이었을 뿐임을 깨닫는다. 남편이 다시 나를 상식적인 세계로 끌어들인다. 빨간 풍선을 놓친 계집 아이가 자지러지게 운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로 빠져들 듯이 풍선이 멀어 간다. 드디어 빨간 점을 놓치고 만 나는 눈물이 솟도록 하늘의 푸르름이 눈부시다. 옆에 앉은 남편도 풍선을 쫓았던가 고개를 젖힌 채 눈이 함빡 하늘을 담고 있다. 그러나 그뿐, 이미 그의 눈엔 십 년 전의 앳된 갈망은 없다. 2021. 1. 13.
없다는 걸 잊으면 돼 노을은 낮과 밤의 경계, 실재와 아닌 것의 경계, 진실과 거짓의 경계 모호한 것은 불안하다 반복되는 노을은 삶 자체이다 불안은 우리 삶에 기본적인 감정인 것이다 좋아서 여기저기 쓰다가 옮겨 가져왔는데 버닝 GV에서 한 말씀이었나보다 영화 대사가 아니고 2021. 1. 7.
올리브 카터리지 대부분의 사람에게 필요한 그것은 점점 더 무서워지는 삶의 바다에서 나는 안전하다는 느낌이었다. 사람들은 사랑이 그 일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고, 어쩌면 그 말은 사실이었다. 2020. 12. 20.
향수 ​ 백가희 시간의 틈에 밀려 잠시 덮기는 좋았으나 영영 지울 수 없는 사람아, 너를 들이면 나는 내 심장 위치를 안다 2020. 12. 10.
D-2 나는 절대로 너의 인생에서 투명인간이 되지 않겠다는 의지와 소망을 담은 역설적인 프로젝트 투명망토 차차차의 인테리어 맡기셨죠 프로젝트 2020. 9. 13.
오늘 아침 내가 여길 떠나 있었구나 눈물이 났다 2020. 9.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