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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이 증상이다 증상 엄마는 최근에 일을 다시 시작했다. 환자 중 한 명이 예민해서 잠이 안 온다고 엄마는 내가 구비해둔 3M 귀마개 한 쌍을 얻어갔다. 엄마는 요즘 정신건강 증진 시설 인권교육에 의욕적이다. 그들을 위해 일하는 엄마와 달리 나는 이해하고 싶지도 않은 인간들을 '정신병자네'라고 자주 표현한다. 분명한 분노와 경멸의 표현이다. 그래서 일부러 엄마가 집에서 그 영상을 크게 틀어놓고 듣는 것 같기도 했다. 정신질환자는 정신과적 환자. 우리가 치과나 피부과를 찾듯이 수시로 정신과를 찾을 수 있다. 특히 조현병 환자들이 실제로 시달리는 환청이나 환각은 병의 증상이다. 나의 경우에는 편도가 매우 예민한데 극도로 편도가 부어오를 때는 1월,3월,5월,7월,9월 그리고 2월과 8월, 11월 특히 4월과 6월 10월, 12월.. 2022. 5. 23.
쓰다 보니 여름의 낮처럼 길어진 글 나는 여름밤 행성에 불시착해서 둘이 걸어 다니는 상상을 했다. 너와 이야기하면 혼자 있을 때와는 비교할 수도 없이 빨리 시간이 흘러 늘 아쉬웠다. 게다가 인터미션 없는 무대 위에 배우처럼 쇼를 하다 보니, 이런저런 핑계를 대다 보니 차라리 불시착을 한다면 좋을 것 같다 생각한 것 같다. 위를 올려다보니 밤하늘보다 더 검은 나무가 있었다. 나무가 엄청 가깝게 느껴졌고 하늘이 멀리 있는 것 같아 사방이 아주 어둡지는 않다 생각했다. 이렇게 밝잖아! 좀 더 걷자고 소리쳤다. 그것은 사실 걷는 척하며 좀 더 이야기하자는 소리다. 생각해보니 불시착 행성인데 돌아갈 집이 어디 있겠어. 숨을 곳도 찾지 않고 여유롭게 산책이나 하다니 말도 안 된다. 허점이 없는 상상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생각했다. 능력 있는 감독들이 .. 2022. 5. 7.
인정을 둘러싼 갈등 (타자 속에서 자신을 인식한다) 호락호락 8호 2022.04.27. 인정 중독의 시대1 (인정을 둘러싼 갈등) 아침에 눈을 뜨면 지난 밤이 궁금해 오늘은 어떤 사건이 날 부를까 우리는 기대 속에서 하루를 시작한다. 그리고 타자 속에서 우리를 인식한다. 어제 세운 계획을 충실하게 이행하는 나, 어제 회사에서 한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는 나, 어제보다 더 정확한 궤도의 잽,라이트,훅을 구사하는 나는 정국이, 회사동료, 킥복싱 관장님에게 1cm 더 나아졌다 인정받기를 기대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이렇게 우리가 더 나아질 수 있는 기회에 다가가는 반면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있다. 기대를 얻지 못한 사람들. 인정의 기회를 박탈당하는 하루가 일상이 되는 사람들 있다. 장애인, 트랜스 젠더, 동성애자 등 다른 사람들에게 당연한 것이 그들에겐 주어지지.. 2022. 4. 25.
용서란 무엇인가 용서, 그것은 쉽지 않다. 쉽다면 논의할 필요도 없다. 그것은 가장 어려운 것이다. -토니 커시너 분노와 갈등을 용서하는 것인가? 사과하면 용서하는 것인가? 사과하면 나도 용서가 되는 것인가? 용서할 문제가 아니라고? 토니 커시너의 말은 용서에 대한 중요한 속성인 "그래, 너를 용서한다" 한 마디가 용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용서는 매우 높은 경지다. 다 지난 일이고 이제는 용서합니다라는 말은 이제보니 이게 무슨 말인지 몰라도 되고 그냥 지나가자 정도의 체념으로 들리기도 한다. 나는 이제 용서를 해냈어!라고 표현할 것이다. 일반적인 표현에 대해 꼬투리를 잡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용서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용서를 남발해온 나를 위해 또 앞으로 맞이할 대용서의 시대에 발맞추어 용서의 원칙을 세우고 결국엔 해내야.. 2022. 3. 9.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우리가 그곳에서 배우게 되는 것이 오직 삶의 불행한 이면이라면, 왜 떠난 순례자들은 돌아오지 않을까? 우리가 왜 서로 사랑에 빠지지 않는지를 생각해본 적 있어? 순례자들은 누구를 사랑했을까. 나는 항상 기분이 들떴다. 엉성한 모양이 하나의 완벽한 도형이 되듯이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된 내가 좋았다. 동굴이 깊을수록 날이 어두울수록 서둘러 걸으면 발걸음도 가벼워진다는 듯이. 그러나 마음먹는 일은 점점 부담스러웠다. 드넓은 바다처럼 시원한 그늘이 있는 나무도 되어보고 가끔은 새빨간 해 질 녘 노을처럼 사랑받고 싶었을까. 그러다가 마음이 지치면 포기하고 만다. 오 이건 제가 찾아 헤맨 도형이 아니네요. 죄송합니다 지나가겠습니다. 하나의 도형이 된다는 건 나를 잃는다는 건데 뭔지도 모르면서. 엉성한 생김새를 채워.. 2021. 12. 25.
팽팽팽균대 여자 평균대 인데 해설자가 자꾸 팽균대라고 한다 마산사람인가 엄마랑 카레를 먹고 두부를 먹고 고디를 엄청 먹고 살살 먹으면 다 먹을 수 있다더니 정말이였다 아침에는 톰소여기법으로 나에게 무거운 걸 들라고했다. 재밌지? 라고하면서...그래 엄청 재밌다~ 2021. 8. 3.
이원영의 <펭귄의 여름>을 읽고 번뜩이는 아이디어로는 알 수 없는 것. 어떤 연구는 이렇게 긴 호흡이 필요하다. 192p 반복되는 삶 속에서 참고 기다렸을 때에야 비로소 찾을 수 있는 의미도 있다. 212p 놀랍지만 책을 읽으면서 나는 펭귄이 되었다. 펭귄에 빙의하다니 좀처럼 관찰하는 시선을 따라가는 것이 쉽지 않구나 생각했지만 오히려 굉장히 일상적인 모습들이라 갑자기 내가 펭귄이 된 것이다!!!!!! 갑분펭을 뒤로하고,,, 펭귄의 삶도 별반 다르지 않구나 생각했다. 우리의 모습을 마주할 때 펭귄을 더 사랑하게 되겠지. 집 없는 서러움을 알기에 지구의 온난화가 더 걱정되었다. “궁금하셈? 알고싶음?” 게슴츠레 눈을 치켜뜨게 된다. 무브를 듣고 있지도 않았는데. 언젠가 생각을 읽는 기계로 뒤뚱거리는 펭귄의 치명적인 생각을 알게 될 지도 .. 2021. 7. 30.
후카자와 우시오, <가나에 아줌마>를 읽고 중요한 것은 마음 둘 곳이다. 180p 가나에 아줌마의 중매는 재일교포 사회에서 어떤 의미일까. 그들에게 동포들끼리의 결혼은 척박한 땅을 비집고 내릴 뿌리를 견고하게 하는 것이다. 어른들이라고 젊은 세대에게 중매가 고리타분하다는 것을 왜 모르겠는가. 자유연애의 설렘은 자력으로 뿌리를 내리는 재일교포들의 생명력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믿음직스러운 동질감이 우리의 현실적인 마음 둘 곳이라는 것이다. 일본에서 한국인으로 산다는 것은 늘 스스로를 한국인이라 인식하며 사는 것이다. 평생 어떤 지점에 머물러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가를 인식하며 살아야 하는 고단한 사람들에게 상대방의 뿌리는 당연히 중요한 문제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쩌면 자연스럽게 결혼할 나이가 되면서 부모님 뜻처럼 보이는 현실에 순응하게 되는 .. 2021. 7. 19.
김훈, <남한산성>을 읽고 사직은 흙냄새 같은 것인가, 사직은 흙냄새만도 못한 것인가 191p 전하, 지금 성 안에는 말[言]먼지가 자욱하고 성 밖 또한 말[馬]먼지가 자욱하니 삶의 길은 어디로 뻗어 있는 것이며, 이 성이 대체 돌로 쌓은 성이옵니까, 말로 쌓은 성이옵니까. 적에게 닿는 저 하얀 들길이 비록 가까우나 한없이 멀고, 성 밖에 오직 죽음이 있다 해도 삶의 길은 성 안에서 성 밖으로 뻗어 있고 그 반대는 아닐 것이며, 삶은 돌이킬 수 없고 죽음 또한 돌이킬 수 없을진대 저 먼 길을 다 건너가야 비로소 삶의 자리에 닿을 수 있을 것이옵니다. 373p 정랑은 안시성과 남한산성 사이에서, 천 년의 이쪽과 저쪽 사이에서 미친 척하고 있는 것일까. 일어설 수 없고 내디딜 수 없고, 본다고 보이는 것이 아니라 보여야 보는 것인데 .. 2021. 7. 5.